국내 육류 유통시장은 축산물 원자재 가격 급등, 내수경기 위축에 따른 소비 부진, 글로벌 시장의 수급 불안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현 상황을 심층 진단하고 향후 전망과 해법을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지난 6월 27일 서울 aT센터 세계로룸에서 미트저널(주)·미트경제연구소 주최·주관으로 '창간 31주년 기념 세미나'가 개최됐다. '삼중고, 육류 유통·소비시장 위기인가 기회인가?'를 주제로 열린 세미나에는 약 200여 명의 업계 관계자가 참석해 이목이 집중됐다.
이날 세미나는 △산지 축산물의 불안한 수급·가격이 유통시장에 미치는 영향(이형우 팀장 /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위기의 수입축산물 유통시장 동향과 전망, 돌파구를 찾다(임승택 팀장 / (주)동원홈푸드) △소비자들의 육류 소비패턴 변화와 시사점(윤병수 상무 / 롯데마트) 주제 발표와 △'고기시장의 위기와 해법 모색, 현장에서 답을 찾다' 패널 토론회 순으로 진행됐다.
■ 공급량 증가에도 돈가는 전년 수준인 5,200~5,400원/kg 수준 전망
▲ KREI 이형우 축산관측팀장먼저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이형우 축산관측팀장은 주제발표를 통해 지난해 축종별 사육동향과 전망에 대해 분석했다. 이 중 돼지는 지난해 연평균 사육두수가 전년 대비 0.8% 증가하면서 최고점을 기록했다. 또한 돼지의 도축두수도 1,854만두로 전년 대비 1.0% 증가했으며 생산량은 110.7만톤으로 0.9% 늘었다.
아울러 지난해 돼지고기 수입량은 44만2,000톤으로 32.9% 증가했으며, 수입량이 증가하면서 지난해 재고량 또한 증가했는데, 지난해 재고량은 전년 대비 15.2% 증가한 12만1,000톤으로 나타났다. 이 팀장은 "수입육 증가로 돼지고기 재고량이 늘면서 가격 하락이 예상됐지만, 지난해 돼지고기 도매가격은 10.7% 증가했다"며 "이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외식이 늘고, 수입 오퍼가격 상승과 환율이 급격하게 오른 것에 기인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 팀장은 올해는 돼지 사육두수 감소에 따라 도축두수도 소폭 줄어든 1,830~1,850만두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수입량은 주요 수출국의 수출 여력 감소와 EU산 수입단가 상승에 따라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으나, 재고량은 늘어날 것으로 봤다.
또한 이 팀장은 국내산 재고량 증가에 따른 공급량이 늘어남에도 육가공업체의 국내산 돈육 수요가 지속되고 수입량 감소 영향으로 도매가격은 전년 수준인 5,200~5,400원/kg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 냉장돈육 수입량 5개년 평균치 상회, 무분별한 수입 피하고 안정적으로 투자해야
▲ 동원홈푸드 임승택 팀장이어 임승택 (주)동원홈푸드 팀장이 '수입육 유통시장 동향과 전망'을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임 팀장은 실제 동원홈푸드 금천사업부 자료를 바탕으로 생생한 시장 상황을 설명했다.
이에 따르면, B2B온라인 시장은 최근 3년간 꾸준히 성장해왔으며, 코로나19로 인한 시장환경과 유통경로별 성장률에는 차이가 있었다. 양 팀장은 "코로나 팬데믹 때는 정육점 구매 경로(33.12%↑)가 대폭 상승했지만 엔데믹 이후 식당 구매 경로(38.21%↑)가 매우 증가했다"고 말했다. 특히 수입육은 주로 식당에서 소비되고 있으며, 최근 들어 냉장육 사용 비중이 확대되는 추이를 보이고 있다. 이에 올 1~5월 냉장돈육 수입량 역시 평균치를 상회하는 수준이 수입된 것으로 조사됐다.
임 팀장은 수입육은 원재료 수입원가가 좌지우지하는 만큼 금리가 중요한데, 현재 기준금리에서는 시장상황이 좋지 않을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봤다. 이에 그는 "불확실성에 대한 모험보다는 자신있는 것부터 투자하는 게 현명한 방법일 것"이라며 "여러 국가에 대한 수입 접근성은 높아졌지만 무분별하게 재고를 쌓다보면 장기적인 불황 대처 능력이 저하되기 때문에 어떻게 차별화를 갖고 시장에서 이끌어나갈 것인지 고민을 갖고 운영해가야 할 것이다"고 신중한 투자를 당부했다.
■ 소비시장 다변화, 발 빠른 대응으로 소비자 잡아야
▲ 롯데마트 윤병수 상무세 번째 발표자로 나선 윤병수 롯데마트 상무는 '소비자들의 육류 소비패턴 변화와 시사점'을 주제로 발표했다. 윤 상무에 따르면 코로나19 기간의 축산식품 매출은 급성장해 전년 대비 2%p 이상 증가했지만 엔데믹 이후 축산식품 소비 트렌드가 변화하면서 소비가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윤 상무는 "롯데마트 통계자료 결과 매출 1위였던 돼지고기가 수입육 판매량에 역전 당했다"며 "2022년 돼지고기 가격이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하면서 소비자에게 부담으로 다가왔다"고 전했다. 지난해 돼지고기 가격은 5,227원/kg으로 전년 대비 11%가 증가했다.
특히 코로나19 규제 완화 이후 소비자 트렌드가 변화하면서 축산물 소비 형태도 변화했다. 윤 상무는 "올해 롯데마트에서 판매된 제품 중에 밀키트, HMR 등 제품의 판매량이 5.4% 증가한 반면 신선육은 5.8% 감소했다"며 "최근 소비 트렌드는 편의성, 경제성, 보장된 맛 등으로, 간편하고 가성비 좋은 제품을 찾는 소비자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윤 상무는 "또한 친환경 제품 선호에 대한 움직임이 거세졌다. 상표 충성도 현상은 줄어들고 품질성, 사회친화성이 더 우선시 되고 있다"며 "앞으로는 동물복지, 무항생제 등 환경을 중시한 제품이 축산식품의 'KEY'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롯데마트는 앞으로 제품 구성을 동물복지, 무항생제 위주의 신선 식품으로 전환해나갈 것이며, 이르면 내년부터 그 변화가 적용될 것이라고 윤 상무는 내다봤다.
■ 육류시장의 위기와 해법 모색, 현장에서 답을 찾다!
이후 열린 100분 토론에서는 육류시장의 위기와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 강현정 상무((주)도드람푸드), 홍경철 한국지사장(아그로수퍼), 조규용 상무((주)태우그린푸드), 권영배 이사(카길미트솔루션), 허영수 이사((주)렉스팜), 남기중 축산팀장((주)공영홈쇼핑), 윤병수 상무(롯데마트) 등이 참석해 의견을 나눴다.
이 가운데 강현정 상무는 "이제는 육류업체만의 경쟁에서 벗어나 조금 더 전략적인 판단이 필요한 시기이다"며 "전후방 관련업계와의 상생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강 상무는 "생산자는 품종, 친환경·동물복지 등 산업의 다양성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며 무엇보다 원가 경쟁력을 확보해 국내산 자급률을 70% 이상 유지해야 한다. 또한 후방산업인 2차 육가공 업계와의 상생을 위해 공급과 가격의 안전성 확보를 위한 상호 전략적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기존에 CJ와 맺은 '뒷다리 가격 고정 거래'와 같은 협약을 확대 시행하면 안정적인 가격으로 유통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에 강 상무는 한돈협회 차원에서 이같은 사업을 지원해 안정적인 한돈 유통 체계를 마련하는 데 도움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한편 칠레 돈육업체인 아그로수퍼의 홍경철 한국지사장은 해외 돈육시장을 분석하고 국내 수입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해 전망했다. 홍 지사장은 "유럽의 경우 가장 큰 생산량을 보이는 스페인과 독일의 국내 지육가격은 정체기에 들어가 있으나 과거 3년 중 가장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향후 돈육 시장에 미칠 영향이 지대하다"고 분석했다. 특히 독일산 돈육의 경우 '지역화'로 한국 수입이 가능해졌지만 오랜 시간 수입이 중단되면서 한국에 맞는 스펙 개발에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봤다.
북미 지역은 올해 들어 상당한 약세를 보임에 따라 수출 물량 확대 움직임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홍 지사장은 "국내 수입량은 하반기로 갈수록 증대될 것으로 예상되나 외식산업에서의 소비가 약세인 관계로 재고소진 압박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특히 미국산의 약진이 두드러질 것으로 전망되며, 당분간 미국산 돼지고기 수입량 증가가 예상된다"고 전망해 하반기 육류시장의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지형진 기자, 윤하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