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비부숙도 검사 의무화 25일 본격 시행 (상) 문제점
정부, 전문유통조직 육성 약속 140곳 중 30~40곳 운영 그쳐
마을공동퇴비장은 2곳만 열어
업계, 무더기 행정처분 우려
퇴비부숙도 검사 의무화제도 본격 시행이 불과 1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25일부터 퇴비부숙도 검사를 받지 않거나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퇴비를 농경지에 살포하는 농가는 지방자치단체로부터 행정처분을 받는다. 하지만 축산업계에서는 여전히 준비가 미흡하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현재까지 드러난 문제점과 성공 정착을 위한 과제 등을 2회에 걸쳐 짚어본다.
◆올해부터 본격 시행…위반 시 과태료=퇴비부숙도 검사 의무화제도는 5년간 유예기간을 거쳐 지난해 3월 시행됐다. 다만 도입 초기 혼란을 최소화하고자 1년간 계도기간이 운영돼 25일부터 본격 시행된다.
이에 따라 25일부터는 농가가 가축분뇨 퇴비를 농경지에 살포할 때 축사면적 1500㎡(454평) 이상이면 부숙후기나 부숙완료, 1500㎡ 미만인 경우에는 부숙중기 이상의 퇴비를 뿌려야 한다. 또 신고대상 농가는 1년에 한번, 허가대상 농가는 6개월에 한번씩 부숙도 검사를 받고, 그 결과를 3년 동안 보관해야 한다.
제도 위반 시 허가대상 농가는 1차 100만원, 2차 150만원, 3차 2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허가대상 농가는 소·젖소 900㎡ 이상, 돼지 1000㎡ 이상인 경우다.
신고대상 농가의 경우 1차 50만원, 2차 70만원, 3차 1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사육규모가 소·젖소 100㎡ 이상 900㎡ 미만, 돼지 50㎡ 이상 1000㎡ 미만이면 신고대상이다.
단, 하루 300㎏ 미만의 가축분뇨를 배출하는 농가는 검사의무를 면제받는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전체 축산농가 11만4000가구 가운데 소규모 또는 전량 위탁처리 농가를 제외한 4만9030가구(42.8%)가 부숙도 검사 적용대상이다.
◆중소농 위한 보완책 추진 지지부진=정부는 퇴비부숙도 검사 의무화를 추진하면서 퇴비 전문유통조직 육성과 마을공동퇴비장 설립이라는 대책을 제시했다. 부숙기준 충족을 위해선 비용 부담이 만만찮은데, 재정 상황이 넉넉지 않은 중소농을 위해 보완책을 마련한 것이다.
하지만 추진속도가 매우 지지부진하다. 축산관련단체협의회에 따르면 전국 퇴비전문유통조직 140개소 가운데 실제 운영되는 곳은 20∼30%에 불과하다. 마을공동퇴비장도 27개소 설립이 목표지만 현재 2곳만이 운영되고 있다.
축단협 관계자는 “퇴비 부숙 및 살포작업을 대행할 수 있는 퇴비전문유통조직은 예산 부족 등을 이유로 전국에 30∼40곳밖에 육성되지 않았다”면서 “마을공동퇴비장도 원래 계획과 달리 냄새를 우려한 지역주민의 반발로 설치가 무기한 지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정부가 약속한 지원책을 제대로 마련하지 못했음에도 제도 시행을 그대로 밀어붙이고 있어 걱정이 앞선다”라고 덧붙였다.
지자체의 퇴비부숙도 검사기반이 충분하지 못하다는 주장도 계속되고 있다.
한 축산업계 전문가는 “최근 퇴비부숙도를 검사할 기기가 부족하다는 문제제기에 농식품부가 각 농업기술센터에 장비를 보급했지만 해당 장비를 운영할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정부는 문제없다지만 불안 여전=농식품부는 퇴비부숙도 검사 준비가 전반적으로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는 입장이다. 최근 축단협과 간담회를 갖고 그동안 부숙관리가 미흡했던 1만8193농가 가운데 1만8138농가(99.7%)에 대한 점검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또 교반장비 확보, 퇴비사 확보 등의 문제가 거의 해결됐으며, 전체 대상농가 4만9030농가의 99.5%(4만8779농가)가 퇴비부숙도 검사에서 적합판정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농가들은 정부 조사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며 본격적인 제도시행 후 무더기 행정처분이 이뤄질까봐 불안감을 떨쳐내지 못하는 분위기다.
전국한우협회 관계자는 “농가 입장에선 부숙도 검사를 한다니까 당연히 부숙이 특히 잘된 분뇨를 조사기관에 보냈을 것”이라면서 “99% 이상이 적합판정을 받았다고 농가 준비상황이 99% 이상 됐다고 오판해선 안된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농가교육이 원활하지 않았던 부분도 축산농가의 불안감을 부채질하는 요인이다.
하태식 축단협회장은 “지난해 코로나19가 대유행하면서 교육이 원활하게 진행되지 못했다”면서 “제도 시행 여부는 다들 알고 있지만 준비한 대로 진행하면 되는지 확신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