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4위 규모 업체 양돈장 1000여마리 감염…살처분, 기존 2가지 유전자 없어 백신 개발 실패로 나온 듯, 변종까지 확산 땐 큰 타격
중국에서 변종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바이러스가 발견돼 충격을 주고 있다. <로이터> 등 외신은 중국 양돈업계 관계자를 통해 이같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중국 양돈업계 4위 규모의 ‘신희망농업’이 소유한 양돈장에서 1000여마리의 돼지가 변종 ASF 바이러스에 감염돼 살처분된 것이다.
이번에 발견된 변종 ASF 바이러스는 모두 2종이다. 이들 변종 바이러스 유전체를 분석한 결과, 기존 ASF 바이러스에서 각각 ‘MGF360’과 ‘CD2v’라 불리는 유전자가 없었다.
전문가들은 변종 ASF 바이러스의 치명률이 기존 ASF 바이러스보다 낮지만 면역력을 크게 떨어뜨려 돼지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고 분석한다. 면역력이 약해진 돼지는 만성질환에 시달릴 위험이 높고 건강한 자돈을 생산하기 어렵다.
외신들은 아직까지는 감염 사례와 수치가 정확하게 집계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지만 변종 ASF가 급격히 퍼지면 치명률이 낮아도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변종 ASF 바이러스의 출현은 일부 농가들이 미승인 백신을 불법으로 접종한 것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국제축산연구소(ILRI)도 이번 변종 ASF 바이러스가 백신을 만드는 과정에서 나온 것으로 보고 있다.
루실리아 스테이나 ILRI 박사는 “ASF의 유전체 중에서도 정확히 ‘MGF360’과 ‘CD2v’ 두 유전자만 없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며 “두 유전자를 제거해 항체를 만든 후 백신으로 개발하려다 실패해 나온 바이러스일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바이러스의 유전자 수정은 백신 개발 때 매우 조심스럽게 다뤄야 하는 분야다. 일반적으로 유전자가 수정된 바이러스는 추후에 더 치명적인 변종 바이러스가 될 확률이 높아서다.
하지만 중국에서는 ASF에 대한 두려움으로 민간에서 제작, 인증받지 못한 백신을 암암리에 접종하는 농가들이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2년 전 중국을 강타한 ASF로 당시 중국 내 사육마릿수의 절반가량인 2억마리 돼지가 살처분된 바 있어서다.
ASF 바이러스는 육가공품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어 기존 ASF에 이어 변종 ASF 바이러스까지 퍼질 경우 국제 돼지고기 시장이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중국 정부는 변종 ASF 바이러스에 대해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상황이다. 외신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해당 사안과 관련한 언론의 공식 질의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 그러나 농가를 상대로는 ‘현재까지 어떤 ASF 백신도 승인된 바 없으므로 사용을 엄격히 금지하며 미승인 ASF 백신을 생산·유통하는 자는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경고성 지도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