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estock News

"ASF 발생 이후 바뀐게 없다”…행정 편의적 잣대 여전

작성자: 가야육종님    작성일시: 작성일2021-09-24 16:59:32    조회: 3,991회    댓글: 0

"ASF 발생 이후 바뀐게 없다행정 편의적 잣대 여전
 
ASF 발생 2, 이대로 가야 하나 <> 발생 지역 현장의 목소리
 
2019917일 오전 630, 국내에서 처음으로 ASF(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이 공식 확인됐다. 그로부터 꼭 2년이 지난 20219월 중순 현재, 현장의 양돈 농가들은 ASF와 관련한 많은 것들이 여전히 2년 전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답답함을 토로한다. 전문가들 역시 ASF가 발생한 지 2년이 흐른 이제는 ASF 방역에 대한 종합적인 재검토와 방향 선회가 필요하다고 밝힌다. ASF 발생 2년을 지나고 있는 현 시점에 현장의 목소리와 전문가 진단 등 두 차례에 걸쳐 ‘ASF 방역 이대로 가도 되는지짚어봤다.
 
2년 전 무지로 인한 희생, 현재 대책도 외면-살처분 후 재입식한 양돈농가
 
파주 한 농장서 첫 확진 후
연천·김포·강화서 잇따라 발생
인근 접경지역이라는 이유로
한달새 철원서만 44만마리 묻혀
 
우리는 정부 정책에 맞춰, 아니 그 이상으로 방역 시설을 다 갖췄습니다. 그러면 이제 농가들이 무엇을 원하고, 그게 왜 필요한지도 한번 제대로 검토하고 개선할 것은 개선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2년 전 경기 파주의 한 돼지농장에서 ASF가 처음 확진된 후 경기 북부 지역 농가들은 말 그대로 악몽의 시간을 보냈다. 국내 첫 ASF 확진 지역이라는, 돌려 말하면 대부분 무지한 전염병이었다는 이유로 지금으로 보면 너무나 과도한 칼날이 이들 농가에 가해진 것이다.
 
당시 파주 농장 발생 이후 한 달도 안 돼 연천, 김포, 강화에서 잇따라 ASF가 발생했고, 이 지역 농장 돼지들은 살처분됐다. 발생 지역 인근이고 접경 지역이란 이유로 강원 철원지역 농장 14곳을 합쳐 261개 농장의 44만여 마리 돼지가 예방적 살처분이라는 허울 아래 한 달도 안 되는 사이 땅에 묻혔다.
 
하지만 2년이 지난 지금, 당시 살처분 정책은 너무 과했다는 걸 부정하는 이는 없다. 최근 농장 발생 사례를 보면 한 농장 내 돈방에서 돼지 한 마리가 확진돼도 더는 해당 농장은 물론 돈방 내에서도 확진이 없었던 것에서도 알 수 있듯 ASF는 구제역이나 AI와 달리 전파력이 매우 약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최근 양돈장에서의 ASF 확진 이후엔 2년 전과 같은 살처분을 하지 않는 것만 봐도 정부에서도 당시 대책이 과했다는 것을 인정하는 셈이다.
 
농가, 8대 방역시설 설치하고
정부와의 투쟁 끝 재입식 이뤄
전실 설치 등 돈 쏟아부었는데
보상 고작 월 67만원, 소송 나서
 
첫 대책부터 과한 처분을 요구받았던 경기 북부농가들은 살처분 이후도 살얼음판이었다. 지루한 정부와의 투쟁과 협의 속에 살처분 한지 1년여가 지난 202011월에야 재입식이 결정된 것. 재입식도 농가들이 힘겨운 사투 속에 이뤄낸 결과물이었다. 재입식이 될 때까지 기습시위, 천막농성에다 정부세종청사, 여의도 국회, 청와대 등 장소, 형태 가리지 않고 살처분 농가의 힘겨운 투쟁은 계속됐고, 그러는 한편 시설 투자에도 본격적으로 나섰다.
 
당시 살처분을 했던 경기 북부의 한 양돈 농가는 언제부터 입식을 한다고 기다리라고 해줬으면 모르겠는데 그런 기약조차 없었다. 당시 경기 북부 지역은 돼지를 못 하게 할 것이라는 소문까지 돌 정도였다기약이 없는 상황에 그런 흉흉한 소문까지 돈다는 건 희망 자체가 사라졌던 것이라고 회상했다.
 
그런 살처분농가의 재입식은 아이러니하게도 농가들의 노력으로 이뤄졌다. 다수 농가가 정부의 방역 대책 매뉴얼인 8대 방역시설을 앞장서 실천했고, 이들이 직접 농식품부 장관을 찾아가는 등 정부에 농장 방역 시설 안전성을 알리기도 했다. 하루라도 빨리 재입식을 해야 하는 양돈 농가들의 간절함은 매뉴얼보다 울타리를 더 두껍게 하고, 양돈업계에서 현실적으로 불필요하고 하기 어렵다고 밝히는 전실과 폐사체 보관실까지 군말 없이 설치하게 했다.
 
하지만 재입식이 이뤄진 지 1년 가까이 흐른 지금까지도 이들은 아직도 정부 대책에서 외면 받고 있다. 살처분 농장 대부분은 긴급생계자금으로 18개월간 월 67만원을 받았다. 돼지는 없지만, 직원부터 시설 운영비 등은 고스란히 투입돼야 하는 상황에 67만원은 직원들 간식비도 안 되는 금액이었던 것.
 
이에 이들은 현재 정부와 민사소송 중이다. 해당 농가들은 헌법 제233공공필요에 의한 재산권의 수용·사용 또는 제한 및 그에 대한 보상은 법률로써 하되, 정당한 보상을 지급하여야 한다라는 헌법이 제대로 지켜지길 바라며 정부와의 지루한 법정 싸움을 전개하고 있고 현재 1심이 진행 중이다.
 
특히 경기 북부 농가들은 정부 지침보다 더 강하게, 예를 들면 자신들의 자금을 더 투입, 울타리를 넘어 지하까지 콘크리트 작업을 하고, 철판으로 농장을 두르는 등 방역에 완벽을 기하고 있다. 그랬다면 정부도 이제는 농가들이 요구하는 것들에 귀를 기울여 답을 내놔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선 지난해 11월 재입식한 농가들은 당장 올 11월 첫 출하가 시작된다. 이 시기 출하가 집중적으로 몰릴 수밖에 없다. 이에 농가들은 경기 남부 등 인근 도축장으로라도 출하를 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가격 폭락, 출하 적체 등 또 한번의 아픔을 겪지 않기 위함이다. 발생 이후 계속되고 있는 사료차 등의 환적도 이제는 풀 시기가 됐다고 농가들은 요구한다. 환적으로 인한 추가 비용이 너무 많이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 강화된 8대 방역시설을 갖춘 농장에까지 계속해서 환적을 요구하는 건 과하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사료차 등의 차량이 농장 진입을 하지 않고도 진행될 수 있는 시스템이기에 자신들의 요구가 합리적이라는 주장이다.
 
당시 ASF 희생농가 비상대책위원장이었던 이준길 북부유전자(경기 연천) 대표는 “2년 전 살처분이 지금 와서 과했다고 해도 (누구도 잘 몰랐던 질병이었기에) 당시 정부의 대응을 완전히 이해 못 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이제는 ASF가 어떤 질병인지, 적어도 전파력이 매우 낮은 질병이라는 것은 알게 됐고, 우리 지역 농장들은 정부 매뉴얼보다도 더 강한 방역시설도 갖췄다농장 주변까지 야생멧돼지가 출현하지만 ASF에 대한 걱정은 없을 만큼 방역에 자신 있다고 밝혔다. 이에 그는 적어도 제대로 된 보상은 못 해줄망정 더 한 비용이 들어가게는 하지 않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그런 부분을 정부에서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고 바랐다.
 
여전히 바뀐 건 없다 - 강원권 양돈농가
 
면적 1820달하는 홍천
한 곳 발생에도 전체 이동제한
SOP 지침 10km 넘어까지 통제
“ASF가 행정 구역 따라 퍼지나
 
바이러스가 행정 구역 따라 움직이는 건 아니지 않나. 2년이 지난 지금도 농가에서 과하다고 말하는 SOP(긴급·표준행동지침)조차도 지켜지지 않고 있다.”
 
201910월 경기 연천 사육돼지에서 ASF가 발생한 뒤 1년 만인 지난해 10월 강원 화천군 한 돼지 농장에서 ASF가 발생했다. 2019917일 첫 발생 이후 109일 연천 발생까지 14곳이 3주 만에 잇달아 발생한 후 1년 만에 강원도에서도 ASF 확진 사례가 나온 것. 이후 올해 5월 영월에 이어 지난달 고성, 인제, 홍천의 돼지 농장에서 ASF가 연이어 발생하며 강원권 양돈 농가 어려움도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들 농가를 더 힘들게 하는 건 SOP는 무시된 채 여전히 행정 편의적인 잣대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가장 최근 양돈장에서 ASF가 확진된 지난달 25일 강원 홍천 사례를 봐도 알 수 있다. 홍천 면적은 전국 시군구 중에서 제일 넓은 1820(55055만평, 2019 지적통계연보)에 이르고, 이번 발생 지역은 홍천의 한쪽 끝 지역이었다. 하지만 정부는 같은 홍천 관내라는 이유로 SOP 예찰지역인 10km를 한참 벗어난 홍천전체에 이동제한을 걸었다. 그보다 가까운 곳은 홍천 관내가 아니라는 이유로 이동제한에서 비켜갔으니 해당 농가의 반발이 클 수밖에 없었다.
 
강원 남부권의 한 양돈 농가는 살처분만 안 한다 뿐이지 여전히 바뀐 건 거의 없다. 최근 10내에 농장이 없었음에도 이동제한을 걸었던 홍천 사례만 봐도 알 수 있듯 정부는 여전히 농가가 방역대가 과하다고 말하는 SOP 규정조차 지키지 않고 이보다 강화된 조치만 내리고 있다강원권 농가는 8대 방역시설을 완료했고, 2년 전 첫 발생됐던 당시와 달리 ASF 바이러스가 전파력이 상당히 낮다는 것도 알 수 있어, 농장과 농장 사이의 전파는 사실상 없다고 볼 수 있다. 그러면 이에 맞춰 규제 역시 완화해 나가야 농가들이 정부와 박자를 맞춰 생산과 방역에 매진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지적했다.
 
그런 상황에서 2년 새 1600건이 넘게 ASF가 확진된 야생멧돼지 저감에 대한 정부의 대책은 지지부진해 농가들을 더 답답하게 만들고 있다.
 
강원 남부의 한 양돈 농가는 정부가 3차까지 광역 울타리를 쳤지만 우리는 동시 다발로 정리해야 한다고 했는데, 그러지 못해 멧돼지가 강원 남쪽까지 출몰하고 있고, 확진 수도 급증하고 있다. 한마디로 예산만 축냈다지금 농가들은 이에 빗대 정부가 도둑 잡을 생각은 제대로 못 하고 집 내부만 잘 단속하라고 한다는 표현을 하고 있다고 울분을 토했다.
 
#인터뷰 - 배상건 대한한돈협회 강원도협의회장
돈사 화재 때보다 더 힘들어지난 1년 양돈업 한 것 후회
 
매주 출하·분만·이유 등 반복
이동제한 2주 배겨나질 못해
ASF 방역 규제도 서러운데
환경오염 주범으로 몰아 억울
 
돈사가 화재 날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1989년 돼지를 기르기 시작한 이래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었는데 지난 1년은 정말 양돈업을 한 것을 후회할 정도로 힘들었습니다.”
 
배상건 대한한돈협회 강원도협의회장은 지난해 10월 강원도 내 양돈장에서 첫 ASF 확진이 나온 이후 현재까지 1년 가까운 시간들이 고통의 나날, 답답함의 연속이었다고 밝힌다.
 
배상건 회장은 “ASF와 관련 2년 넘게 심각 단계가 풀리지 않고 있는데 전 세계적으로 이런 사례는 없다우리 농가들은 농식품부가 만약 코로나를 대응했다면 발생 지역을 폐쇄하고 국민들 이동 자체를 금지시켰을 거라고 한다. 정부가 한돈농가 입장과 한돈산업 발전은 생각하고 있는지 되묻고 싶다고 전했다.
 
배 회장은 우리는 다른 축종과 달리 매주 출하가 되고, 분만, 이유, 분뇨처리 등이 반복된다. 이동제한을 2주 걸면 배겨나질 못한다그런데도 정부는 SOP 지침에도 없는 곳까지 이동제한을 걸고 있다고 답답해했다. 그는 양돈장이 화재를 당했을 때도 이렇게 힘들지는 않았다정부도 이제는 지난 2년간 무엇이 잘못됐고, 어떤 것들을 몰랐는지 분석이 이뤄졌을 것 아니겠느냐. ASF 방역에 대한 재점검이 필요하고 그렇지 않으면, 지난 2년간의 정부 대응을 흑서로 만들어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고 밝혔다.
 
ASF 방역 이외에도 지금 현장에선 한돈 농가의 답답함이 극에 달해 있다고 배 회장은 전한다. 배 회장은 “ASF의 방역 규제도 서러운데 우리를 더 극한으로 모는 건 한돈업을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몰고 있는 처사라며 양돈 농가가 늘어난 건 자연 친환적으로 농사짓기 위함이었는데 그런 우리를 이제는 지탄하고 있다고 답답해했다. 이와 관련 그는 "전국 돼지 농가가 6000호가 안 되는데 우리가 선거 때 표가 안 돼 그러는지 양돈 농가를 너무 홀대한다. 우리는 양질의 단백질 제공 등 국민 먹거리 주권을 앞장서 지키는 주역으로 인정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출처: 한국농어민신문 2021. 9. 24.]